Lirik 핑계
핑계 (Excuse) - 임준혁/서영택
词:김정민
曲:성찬경
编曲:성찬경
편집장님 이고르입니다
이고르 스트라빈스키요
아 그렇죠 연락도 없이
찾아온 건 처음이네요
다른 게 아니라
보여드리고 싶은 곡이 있어서
절반이 깨끗하게 비워진 책장
읽지 않은 편지가 쌓인 책상
똑 딱 초침 소리가 너무 커
꼭 너를 쫓아낼 것처럼
분명 우린 나란히 앉았는데
내 자리가 낮아 보이네
뭐지 오랜만에 느끼는
태연한 척해야 하는 상황
똑 딱 똑 딱
누가 시계 좀 부수든 해봐
똑 딱
언제부터 땀이 한가득
똑 딱
됐어 팔지 않아도 상관없어
빠라밤 빠라바라 얌빰빰
내가 이럴 이유가
네? 아 맞습니다 아시다시피
사람들이 워낙 <페트루슈카>를
좋아하니까요
그걸 피아노곡으로 칠 수 있으면
좋아할 테니까 네?
아 <페트루슈카>보다 좋은 곡이요
절반이 깨끗하게 비워진 책장
읽지 않은 편지가 쌓인 책상
내 악보를 올려두는 대신
전쟁을 핑계로 쫓아내
뭐야 까를라 부인한테 갔잖아?
이고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
부인 스트라빈스키입니다
혹시 괜찮으시면
손님들이 계시는 줄 몰랐네요
어머 우리 작곡가님
또 악보 팔러 왔구나?
온몸에서 풍기는 와인 냄새
칼과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
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
나를 불청객 취급하며 밀어내
<페트루슈카>를 피아노곡으로?
자기 진짜 지독하다 대체 언제까지
<페트루슈카>를 우려먹으려고?
태연한 척 하지만 손이 떨려
괜찮아 웃으며 한 번 더 묻자
남의 돈이라고 쉽게 말하네?
하여간 창작자들이 이렇게 순진해요
순식간에 목덜미가 뜨거워져
지금이라도 돌아서야 하는데
온 김에 술이나 한 잔 하고 가
네? 아니 전 괜찮
자기들아 내가 누굴 데려왔게?
자아 바로 '이고르 스트라빈스키'
박수 안 칠 거야? 박수 박수
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데
제가 연락도 없이 왔으니 네?
피아노를 쳐달라구요?
아니 저는 피아니스트는 아니니까
게다가 이렇게 술자리에서
이렇게 좋은 날
제가 <봄의 제전>을
칠 순 없잖습니까
아 원하시는 곡이 있다구요?
이건 글라주노프의 곡이네요
모두가 술에 취해 즐거운 사이
팔지 못한 악보를 쥔 이고르
흔쾌히 피아노를 쳐주는 대신
늦었단 핑계로 돌아서